제1회 레몬베이스 해커톤 진행 후기

30명 규모의 스타트업인 레몬베이스에서 사내 해커톤을 기획하고 진행한 경험을 공유합니다.

1. 술

술 때문이었다.

퇴근 후 동료 2명과 술을 먹던 중 해커톤 이야기가 나왔다. 고객에게 더 빠르게 기능을 제공하기 위해 고민을 하던 시기였는데 해커톤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기존의 우선순위, 기획/개발 방식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시도를 해보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술기운을 빌려 패기 가득한 슬랙을 보냈다.


9시 24분, 소주 한병을 비운 시간


2. 준비

사실 나는 해커톤을 해본 적이 없다. 술이 깬 다음 날 약간의 후회가 밀려왔다. 하지만 벌써 11명이나 신청을 한 상황. 책임을 져야 했다. 해커톤의 일반적인 진행방식을 확인한 뒤 참여하는 사람들의 의견을 모아갔다.

가장 고민한 건 아이디어에서 끝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었다. 해커톤을 제안한 것도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기 위함이었고, 실제 구현이 돼야 더 동기부여 된다고 생각했다. 이런 생각을 담아 아래와 같이 목표를 정했다.

밀도 있는 고민과 실행으로 고객에게 가치를 제공하고 그 과정을 즐긴다.


3. 시작

10월 28일(목) 해커톤이 시작됐다.

목요일 점심 아이디어 발표를 시작으로 토요일 오후 5시에 심사를 하는 일정으로 진행됐다. 금요일은 업무 시간을 따로 빼지 않아 실질적인 작업 시간은 1.5~2일 정도였다.

아이디어 발표는 아이디어와 팀을 정하는 중요한 시간이었다. 발표자가 2분 동안 아이디어를 어필하고 투표를 통해 4개를 선정하기로 했다. 선정된 발표자는 순위대로 원하는 팀을 꾸릴 수 있었다.

사람들이 회의실에 모이기 시작했다. 발표하는 사람들의 묘한 신경전을 포함해 참여자들의 설렘이 느껴졌다. 총 7명이 발표를 준비했고 나부터 시작했다.


4. 좋은 느낌

사실 준비하는 과정에서 불안함이 있었다. 일은 벌여놨는데 재미있을까? 성과는 낼 수 있을까? 와 같은 불안함. 하지만 아이디어 발표가 진행되며 이런 걱정은 서서히 사라졌다.

동료들은 바쁜 와중에도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준비했고 각자의 방식으로 어필했다. 사람들은 흥미롭게 발표를 봤고 크고 작은 웃음이 끊이질 않았다. 좋은 느낌이 들었다.

4개의 아이디어 선정과 팀 구성이 완료됐다. 이제 달릴 일만 남았다.


내 아이디어는 떨어졌다 ㅠㅠ


5. 마감 50분 전

마감 시간은 순식간에 다가왔다.

최종 결과물은 코드를 기반으로 작동해야 했다. 완성도 보다 아이디어를 더 보는 해커톤도 있지만, 우리는 고객에게 실질적인 가치를 주자는 최초 목표에 따라 이런 기준을 두었다. 그래서 아이디어 선정이 됐을 때만 해도 ‘이걸 2일 안에 할 수 있다고?’라는 의구심도 있었다.

그.런.데.

모든 아이디어가 구현되고 있었다. QA까지 끝난 완벽한 코드는 아니지만 실제로 작동했다. 마감 막바지의 피곤함과 부산스러움에 뿌듯함이 곁들여진 상태로 마무리 작업이 진행됐다.


6. 끝

발표와 심사가 끝났다.

서로의 성취를 즐기는 축제 같은 시간이었다.

이렇게 약 2일에 걸친 해커톤은 마무리됐다.


기념 사진


7. 그 이후

‘어떻게 우리는 평소보다 더 빠르게 제품을 만들 수 있었을까?’

해커톤이 끝난 직후 위 질문이 떠올랐다. 나뿐만이 아니었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평소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제품이 만들어지는 것을 보며 동일한 질문을 했다. 그래서 우리는 답을 찾기 위한 회고를 진행했고, 이를 통해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해볼 수 있었다.

별생각 없이(술기운에) 시작했는데 끝나고 보니 느낀 것도 많았고 좋은 추억이 됐다. 참석한 모든 사람이 만족했고(90%의 재참여 의사!), 최초 목표대로 일부 기능은 실제 고객에게 전달도 됐다. 정말 더할 나위 없었다.

해커톤 대성공!


해커톤으로 탄생한 피드백 기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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